▲ 넥슨게임즈 IO 본부 차민서 부본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개발 시작부터 3년 안에 신작을 출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아무리 잘 짜인 계획이 있더라도 일정이 어긋나고, 실수가 발생하고, 결국 테스트조차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일정을 모두 준수하면서도 출시 초부터 엄청난 인기를 끈 게임이 있다. 바로 '블루 아카이브'다. 그렇다면 블루 아카이브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시도에 성공했을까?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6(이하 NDC26) 3일 차인 18일, 경기창조혁신센터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블루 아카이브 포스트 모템 - 게임 디렉터의 관점에서'을 주제로 발표 세션이 진행됐다. 넥슨게임즈 IO 본부의 차민서 부본부장 겸 RX 스튜디오 PD는 개발 시작 단계부터 라이브 서비스 안정화 기간까지의 여정을 되짚으며, 게임 디렉터의 관점에서 바라본 블루 아카이브를 크게 잘한 점과 못한 점으로 구분해 출시 초기 개발 과정을 조망했다. 더불어 이를 공유하며 개발자 및 유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나누었다.
▲ 명확한 목표를 이미지화한 비전 빌드를 통해 확실한 목표를 잡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차 디렉터는 자신이 잘한 점으로 크게 '비전 빌드를 명확히 만든 것·일정을 지킨 것·장기 서비스의 초안을 만든 것'을 짚었다. 특히 개발 초기 합류 당시 전투 프로토타이핑과 연출 영상 작업에 집중하는 것을 확인하고 연말 마일스톤인 'M3'를 목표로, 게임의 실행부터 전투까지 이어지는 초반 5분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비전 빌드'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타이틀, 로비, 스테이지 선택, 팀 편성, 전투 플레이로 이어지는 뼈대를 확실히 구축했다. 이 절대 변하지 않을 진짜 비전이 명확히 섰기에, 개발진 전체가 게임의 최종 형태를 공유하며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확실한 비전이 공유된 이후, 차 디렉터는 '과감한 위임'을 선택했다. 아트 디렉터(AD), 시나리오 리드 등에 세계관과 연출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디렉터로서 플레이 시간, 계정 및 캐릭터 수, 배경 에셋 수 등 게임 완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협의와 타협에 집중했다. 각 창작자들의 예술적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담아낼 게임 프레임워크를 단단히 만드는 데 주력하며 효율적인 프로덕션의 기반을 다졌다.
▲ 목표가 가시화 됐을 때, '회로'는 탈 수밖에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철저한 일정 준수에도 힘썼다. 3년 내 출시를 목표로 2018년 4월 개발을 시작해, 약 34개월 만인 2021년 2월 4일 일본 시장에 론칭했으니 이는 매우성공적인 결말이었다. 신작 개발 중에 일정을 맞추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나, 차 디렉터는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가 지닌 가치에 집중했다. 당시 출시 시기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굳건한 파이를 지닌 우마무스메 등의 서브컬처 게임과 정면으로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이는 타당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일정을 사수하는 과정에서 개발진을 괴롭히는 것은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나 의심 같은 갑작스러운 생각이었다. 차 디렉터는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테스트·플레이·피드백 공유'라는 단순한 원칙을 무한히 반복하고 확신을 새겼다. 이는 소프트웨어 공학의 '개밥 먹기(Dogfooding)' 루틴으로, 매 마일스톤마다 각자가 고쳤으면 하는 점을 적고 다음 버전에 무조건 반영하는 고된 과정을 거치며 점차 완성도를 더해갔다.
▲ 목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계획을 단순화하고, 각자의 권한을 강화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빌드 완성도 상승과 함께 장기 리텐션 확보를 위한 시스템 초안 역시 프로덕션 단계에서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단일 파티의 '강함'에만 치중하는 컬렉션 게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복잡하더라도 유저들이 내러티브로서 납득할 수 있는 강력한 '상성 중심 시스템'과 '지형 효과'를 도입했다.
함께 이 학습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적들의 외형으로 상성을 유추하게 하거나 체력 바와 캐릭터의 컬러를 매칭하는 시각적 장치도 마련하고, 소녀전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략 맵이나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등 장기 서비스 중인 장수 수집형 게임을 참고한 총력전 콘텐츠를 구상하여 고유의 엔드 콘텐츠로 정착시켰다.
▲ 색의 통일이나 익숙한 콘텐츠 등으로 유저 학습 난도를 낮추고 장기 접속이 가능하게끔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반면, 못한점도 존재한다. 차 디렉터는 못한 점에 대해 '빌드 안정성·일상 콘텐츠 부족·없데이트'를 언급하며 청중에게 사과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낳았다. 특히 빌드 안정성은 기존 넥슨 QA 환경에만 익숙했던 탓에 외부 퍼블리셔와의 협업 준비가 미흡했는데, 예상치 못한 글로벌 흥행으로 목표 DAU가 500%를 초과하면서 서버 과부하 등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함께 도쿄 AWS 서버 문제나, 계약부터 론칭까지 겹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퍼블리셔와 1주년이 지날 때까지 대면 미팅 한 번 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만 소통해야 했던 환경은 안정성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함께 서브컬처 게임의 본질인 '캐릭터와의 교감(미연시 요소)'을 담은 일상 콘텐츠의 부족도 아쉬운 점으로 짚었다. 모모톡, 카페, 스케줄 등의 콘텐츠를 마지막 마일스톤까지 챙기려 노력했으나, 인력과 경험 모두 부족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미소녀 게임의 일상 콘텐츠를 제작해 본 개발자가 드물었을뿐더러, 양질의 글과 그림을 생산하는 인재들은 이미 웹소설이나 일러스트 플랫폼 등 대안 시장으로 분산되어 자원의 몸값이비싸기 때문이었다. 이에 더해 신규 콘텐츠가 추가될 때마다 기존의 모든 학생과의 교감 콘텐츠를 동시에 늘려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개발진의 체력에 큰 부담을 주었다.
▲ 가장 큰 것은 '미연시' 요소를 어떻게 하느냐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미연시'란 장르는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도 경쟁이 높아 콘텐츠 제작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음을 짚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 실책은 라이브 서비스 초창기 '에덴조약' 업데이트 이전까지 발생했던 장기간의 콘텐츠 공백이다. 차 디렉터는 이를 짚기 위해 일명 '없데이트' 지표라 불리던 유저가 만든 그래프를 가져와 직접 보여주었다. 차 디렉터는 "제 생각에는 한 최소 1, 2개월에서 3개월치 정도만 만들면 큰 무리가 없을 줄 알았다. 사실 알고 보니 한 6개월 이상 만들었어야 되는 것이었다. 이미 런칭 전에 런칭 3개월 이벤트 소개 문서가 있을 정도로 미리 준비해 둔 내용들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발 중인 신작 RX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느꼈던 것이나 고치고 싶은 것을 잘 고쳐 적용하려 노력한다는 논조의 자평을 남겼다.
더불어 현재 개발 중인 RX 외에도 향후 서브컬처와 AI 기술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차 디렉터는 "용하 님이 굉장히 AI나 기술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우리가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아마 우리는 원하는 게임·영상물·애니메이션 등을 모두가 다 좀 더 쉽게 하거나 좀 더 잘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마치 지금 매 해 스팀 게임이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수록 한 가지 가치가 좀 더 중요해진다"며, '취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취향과 원칙을 지키고, 자신만의 루틴과 방법이 생길 때 비로소 발전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 "좋은 취향 혹은 멋진 것,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 봤을 때 좀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서브컬처 시장의 동향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만드는 것이 남들과 다른 경험을 주는 게 좋다"며, "일례로 웹툰이나 영화에서도 K-컬처나 아이돌 문화는 이제 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전체적인 흐름과 회전이 있고, 그 안에서 자기가 가진 중요한 가치를 갖고 수행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며 개발 과정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짚었다.
함께 "저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어떤 매체보다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이 저를 구원했다고 말씀드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는 제 ?貫萱?구원한 게임이라는 매체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구원시키고 싶기에 게임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며, 진정성과 온도를 품은 개인의 철학은 기술이나 시류에 막히지 않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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