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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 감성 담은 게임 속 심야카페, 커피 톡
 
2020년 08월 06일 () 조회수 : 56
▲ '커피 톡'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를 무렵,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나오는 구절이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작은 식당, 그 식당에 찾아오는 샐러리맨, 야쿠자, 스트리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낸 이 만화는 특유의 무던하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많은 공감을 얻으며, 드라마, 영화, 뮤지컬로 각색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다.

재밌게도 지난 31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 출시된 ‘커피 톡’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심야식당과 같은 감성을 지닌 작품이다. 각계각층의 등장인물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풀어내는 이야기,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평범한 사연을 감상하는, 그런 뻔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 같은 게임 말이다.

▲ '커피 톡' 공식 한국어 트레일러 (영상출처: 스토브 인디게임 유튜브)

기본은 맛있는 커피를 끓이는 것

커피 톡은 커피 타이쿤과 비주얼 노벨이 적절하게 섞인 독특한 형식의 인디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인종을 넘어 다양한 종족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는 2020년, 뉴 시애틀의 한 심야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이 돼 손님들에게 커피와 차를 대접해주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게임 내에 명확한 주인공이 없고 다양한 종족과 다양한 성격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적절한 분량을 갖고 있으니 일종의 군상극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등장하는 인물 뿐만 아니라 종족도 다양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등장하는 인물 뿐만 아니라 종족도 다양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족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져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종족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져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들의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일단 커피를 제대로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를 만드는 방식은 베이스와 부재료 두 개를 순서대로 고르면 그만이지만, 주재료와 부재료의 종류가 많고 어떤 부재료를 먼저 넣느냐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음료가 달라진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레시피만 해도 서른 개가 넘고 그중에서 10개 가까운 레시피는 힌트가 없이 자력으로 알아내야 하므로 커피를 제공하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더불어 고객들의 주문도 꽤 복잡하다. 유당불내증이 있지만 부드러운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손님, 따뜻하지만 차가움을 지닌 음료가 먹고 싶다는 손님, 찻집에 와서 치료제를 원하는 손님 등 주문 내용이 절대로 만만치 않다. 때로는 커피나 차 문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 실체를 알 리 없는 마실라 짜이나 마라케시 같은 주문도 들어온다. 여기에 손님에 따라 라떼 아트를 요구하기도 한다.

▲ 개인적으로 이 주문이 제일 힘들더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 듣는 차이름도 많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 듣는 차이름도 많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주문은 듣자마자 화가 나더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주문은 듣자마자 화가 나더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덕분이랄까,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커피를 내주는 것이 전부지만 그것만으로도 게임의 재미는 충만하다. 일차적으로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선 제대로 된 음료를 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한 모드 등을 활용해 레시피를 연구하게 되며, 원하는 음료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출된다. 이 게임의 제목이 괜히 커피 톡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작품명 '파이어 인더 홀'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작품명 '파이어 인더 홀'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레시피에 맞춰서 제대로 된 커피를 내놓아야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제일 중요한 건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커피를 만드는 것이 게임의 기본이라면 캐릭터들이 늘어놓는 이야기는 이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각계각층을 넘어 여러 종족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평범한 인간부터 시작해서 늑대인간, 뱀파이어, 엘프, 서큐버스, 인어, 오크, 고양이 인간, 외계인 등 정말로 다양한 손님이 찾아와 플레이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캐릭터들은 단순히 한 종족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서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뱀파이어가 비건이라 사람의 혈액이 아닌 모조 혈액을 마시며 천적인 늑대인간과 오랜 우정을 나누고 있다던가,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틀란티스 출신 인어는 사실 밤에는 1인 인디게임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는 네코미미 소녀는 아이돌 가수로 현재 솔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매일 카페에 와서 글을 쓰는 단골 손님 프레야조차 회사 몰래로 장편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설정이 매우 입체적이다.

▲ 비건 뱀파이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토모다치' 어플에서 친구들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설정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관계 또한 재밌게 얽어냈다. 가장 흥미로웠던 관계로는 연인 사이인 엘프와 서큐버스가 있다. 이 둘은 10년이나 연애를 해왔지만, 고귀함을 들먹이며 만남을 반대하는 엘프 집안 어르신과 그런 엘프를 반대하는 서큐버스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로 인해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엘프는 영생을 포기하고서라도 서큐버스와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지만 서큐버스는 쉽사리 가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둘의 관계는 카페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알게 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해결된다. 마음을 전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서큐버스에게 뱀파이어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조언을 한다. 막무가내로 결혼을 몰아붙이는 엘프에게 늑대인간은 누군가에겐 가족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며 둘이 결혼했을 때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할 수도 있는 아이라던가 영생을 포기한 엘프가 겪게 될 건강과 관련된 문제 등을 언급해주며 각자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사뭇 거대한 담론을 지극히 친숙한 관점에서 풀어낸 셈이다.

가정과 문화 차이로 인해 위기를 맞은 이 커플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가정과 문화 차이로 인해 위기를 맞은 이 커플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의외의 구석에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의외의 구석에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이런 위험한 일에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론 이런 위험한 일에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차 한잔이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리네 이야기로 풀어낸 깊이 있는 주제들

사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전부 우리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엘프와 서큐버스가 주인공일 뿐, 가정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헤어지는 연인은 현실에서도 차고 넘쳤다. 세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아버지와 딸, 크런치 모드와 야근으로 얼룩져있지만 정작 자신의 작품하나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의 불만 등. 게임의 배경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사연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이토록 치밀하게 짜인 구성 덕분에 플레이어는 편안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듣기만 할 뿐이지만 현실의 많은 단면을 감상하고 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 재밌게도 카페의 단골 손님인 프레야가 쓰는 소설은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게임이 그 어떤 자극적인 소재 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적잖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강렬한 해학과 풍자가 게임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 사실 생각해보면 인간 세상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사연들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론 한여름 한밤중에도 따뜻한 음료가 마시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시애틀이라는 점도 상당히 의미가 깊다. 시애틀은 미국 본토에서 타인종과 문화에 가장 우호적인 도시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흑인 인권 시위 또한 시애틀을 중심으로 펼쳐질 만큼 인권에 있어서 진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곳이다. 혼혈 오크라던가 문어발이 달린 아틀란티스인처럼 다양한 종족뿐만 아니라 그 종족의 이면을 담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 게임에서 굳이 시애틀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고찰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13일 동안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 재밌게도 외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한 편과 비슷한 길이다. 그래서인지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 나니 정말 훌륭한 드라마를 한 편 감상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내리는 장맛비에 없던 스트레스도 생길 것 같은 요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혹시 아는가. 이 게임에서 내가 몰랐던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 왠지 오늘은 블랙레몬을 마시며 정신을 맑게 깨우고 싶은 날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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